강산이 세 번 바뀌고 또 한 번 바뀌어갈 때까지 이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있다. 작은 키, 볼록 나온 배, 언제나 웃는 얼굴. 고성읍 성내리 남내마을 이장 최금용씨는 1972년 봄부터 지금까지 남내마을 이장이다.
▷ 마치 고성을 위해 사는 사람처럼
최 이장은 1991년에 고성 군민상을 받았다. 98년 IMF가 터졌고,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.
군민상 부상으로 받은 순금 37.5g(10돈)을 몽땅 금모으기 운동에 내놨다. 최 이장은 어려운 이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.
그는 수십년간 남몰래 어려웃 이웃에게 쌀이며 생활비 등을 선뜻 내놓으며 선행을 계속 해오고 있다.
“준다는 기쁨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”는 최씨는 작은 나눔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고 강조했다.
88 올림픽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던 때는 금메달을 받은 모든 선수들에게 축전을 띄우기도 했다.
지금까지도 그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 명단이 참으로 화려하다. 유남규, 김수녕, 체코선수단장, 호주선수단장...그들에게 일일이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띄웠다.
69년, 젊은 시절의 최 이장은 술 값, 담배 값을 아껴 파월 장병들에게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했다. 그 편지 수만 총 6천여 통. 타국에서 싸우는 국군들 기분 좋으라고 여자이름으로 보내면 에누리 없이 100% 답장이 오곤 했다며 허허 웃는다.
최 이장은 대한민국, 고성군을 위해서 사는 사람처럼 일하고 있다.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.
▷ 대통령, 유엔사무총장께 당부를 지난 2002년 월드컵 예선전이 한창인 그때 그는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. 그가 공개한 편지내용은 모든 국가정책이나 사업, 가정이 잘사고 부강하기 위해서는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였다.
이 편지에 대우주는 한가족이며 대통령의 덕이 3/1, 국민의 덕 3/1, 그 나라의 국운의 덕이 3/1이며, 이같은 이치의 정치를 간언했다.
당시 최 이장의 편지내용을 노 대통령이 좀 생각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. 2006년 12월 18일에는 유엔사무국에 최 이장의 편지 한 통이 발송됐다.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취임을 축하하며 천리교리의 대우주의 섭리처럼 유엔평화에 힘써 줄 것으로 당부한 내용이다.
그는 반기문 총장에게 북한핵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한반도 평화가 빨리 올 수 있도록 힘써 줄 것도 부탁했다. 이러한 그의 행동에 이해하지 못하는 주위사람들은 다소 핀잔을 주기도 한다.
그러나 최 이장은 국민과 나라가 잘 사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이치라며 오늘도 군청이며 읍사무소, 고성경찰서 등지로 다니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.
▷ 세월이 그렇게 흐른 줄 모르고
고성신문이 창간된 날부터 지금껏 애독자라는 최 이장. 토요일에 발행되던 1990년대 초부터 금요일로 발행일을 옮긴 지금까지 409호의 신문이 고스란히 최 이장의 머리 속에 있다.
천리교 고성교회 신도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, 국경일에 태극기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태극기 2천장을 군내에 직접 달던 기사도 났다며, 10년도 더 지난 1996년 2월 17일 기사를 지금껏 스크랩 해 보관해오고 있다.
300만원 상당의 태극기와 국기봉을 제작해 손수 달아줄 계획이라는 기사의 취재기자 이름이 河賢甲 기자다. 지금은 편집국장인.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며 또 허허 웃는다.
▷ 35년을 해도 신나기만 하네
최 이장은 남내마을 이장만 35년째 맡고 있다. 온통 상가와 군청, 읍사무소 등 사무실인 남내마을에는 언제나 차들이 바글바글하다. 도로 양 옆을 주차장으로 만들어놓으니 더더욱 차로 복잡하다.
거기다 상가 밀집지역이다 보니 도둑들도 극성이란다. 그래서 최 이장은 집집마다 다니며 문단속을 당부한다고 한다.
35년을 이장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일이 방범대장 일을 한 것이란다. 그것도 17년 동안을 했단다. 뿐만 아니라 신문사 지국을 운영하면서는 장학금을 20년 동안 주기도 했다.
이장만 35년. 아마도 그의 이장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 같다. |
